살아가는 이야기

내친구 재관이...

찔레언니 차명주 2007. 3. 19. 12:15
            


               꽃의 언어(心象- 친구) 2006 차명주


 

대학시절,,오만했던 나는 단 한번의 미팅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설픈 그룹 만남이란게 암수 짝짓기도 아닌것이,,

본심을 감춘 눈빛으로 상대방을 적당히 눙쳐서 놀다가 헤어지는,,,

최소한 나는 그런 속됨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이유였지요.

 

우리학교 아래엔,수산대학교가 있었습니다.

우리과 미근이 남친이 ROTC였는데,,결국 지금 그녀의 남편이라는,,

그 학교ROTC 대장놈이 재관이라고,,,눈빛이 무섭게 싸늘한 머시마가 있었는데

쌔까만 얼굴에 유난히도 적의 가득품은 눈빛이 서늘했습니다요..

그놈이 다짜고짜 허구헌날 찔레를 기죽이겠다고 학교로 찾아오곤했습니다.

두어번 못이긴채 술을 먹긴했지요..

가난한 재관이가 유일하게 제 돈내고 술을 사먹인 사람이 바로 저라고 놀림도 부지기수로,,

 

하지만 대학도 졸업하고,, 20년이란 긴 세월이 흘러 미근이에게 저를 만나고싶다고,,

단 한번만이라도 만나게 해 달라고,,,그게 2005년 6월이었습니다.

사업도 성공가도를 달리겠다..가정도 평화롭겠다..그런데 저를 꼭 만나야한다고,,

그런 애원을 거절하고도 일년이 흘러서야 만남을 허락했습니다.

단, 저것들 둘이 만나면 틀림없이 연분 날거라는 걱정많은 내 친구들..

결국 미근이와 춘연이가 함께한 자리에서 오랫만에 대학시절로 되돌아간 기쁨을 만끽했지요.

그런데,저는 그 만남이 얼마나  두려웠던가,한달전 연락 받고도 잊어먹었고,

하루전날 꼭 나와야 한다는 연락도 다음날 바로 잊어먹었고요,,

결국 만남 당일날 한시간 전에야 미근이의 준비됬냐는 전화에 소스라치게 놀란채

온천장으로 나갔습니다...고무신 끌고요,,

정말이지,,예쁜옷 차려입고,분단장 곱게하고 나가고 싶었는데

그당시 전시회 작품 준비하느라 만난다는 약속을 고만 까먹어 버렸던게지요.

 

암튼 그 날,,재관이의 잘 생기고 여유만만한 모습이 차암 보기 좋았습니다.

허심청 1층 일식집에서 네명이 만나 회포를 풀었습니다.

지하 나이트클럽 룸에 가선 양주에 폭탄주까지 거나하게 대접받았는데

한 50만원도 좋이 넘는 돈이 그애 지갑을 홀가분하게 했던 밤..

기어이 심야버스를 타고 갈거라는 저를 못내 안타까워하면서

손에 택시값을 쥔채 안절부절 하던 머시마..

 

그 여름이 지나고,그해 가을에  둘이 만나 광안리 수변공원에서

전어회를 먹었습니다..아,,그날도 바보같은 츄리닝차림에 고무신,,,

하지만 얼마나 즐겁고 .,신나는 시간이었는지,,

사업상 자주 간다는 룸살롱에도 함께가서는

살롱마담과 검은 드레스의 호스티스의 접대도 받았지요,,

그리고 헤어질때즈음 저는 육교에서 막 뛰었습니다..집에 가야한다고..

허탈하게 멍하니 서있는 모습을 뒤로하고 택시를 탔는데요,,,

 

오늘 미근이의 연락이 저를 슬프게 합니다.

재관씨,방금 하늘나라로 갔다고..췌장암...

 

슬픔도 잠시,,

난 왜 두번이나 만나면서

그때마다  바보 머저리같은 옷차림으로 나갔던가..

이쁜옷입고 맵씨내서 만날수도 있었는데 왜 그랬던가,,

이런 속물같은 후회를 하는 내 마음을 재관이가 이해할까요?

 

검게 그을렀던 청춘의 새까만 얼굴과 눈빛이 왜이렇게 생생하게 떠 오르는지,,

그 시절  아름다움 형형했던 자신의 모습을 재관이는 기억할련지,,,

수척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친구말에 가슴이 싸아해지는 통증이 느껴옵니다.

 

재관아,,

젊은 날의 치기어린 객기와 광기 넘치던 네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시간을 되 돌릴수 있다면 나도 그 시절로 돌아가

너와 함께 소주잔 기울이고 싶단다..온갖 거짓과 오만함을 버린채말이다..

 

그간 겪었을 암투병의 고통도 잠시,,이제 편히 쉬거라,,,

내친구 재관아...

 

 

Eric Clapton / River of Te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