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畵,音

[스크랩] 당신마저도

찔레언니 차명주 2008. 6. 2. 11:11


당신마저도 - 김현승


  애오라지 나의 살결을 사랑할 뿐
  당신은 나의 뼈를 사랑하지 않는다.
  당신은 잿속에서 나의 뼈를 추리지만
  당신은 그 속에서 내 속삭임을 추릴 수는 없다.
 
  당신마저도 나의 곁을 스쳐 가고 만다,
  나를 사랑하지 못한다,
  당신의 팔은 짧아서 나의 목을 겨우 두르고 만다.
 
  당신은 나의 입술을 지나
  나에게 뜨겁게 입맞출 줄을 모른다.
  당신은 내 무덤 위에 꽃을 얹지만
  당신의 나는 언제 고요히 눈을 감았던가?
 
  당신은 끝내 나의 겉을 어루만지고 만다,
  나를 사랑하지 못한다.
  당신의 팔은 나의 가는 허리를 두르고 있다.
 
  살과 뼈를 붙일 수 없는
  살과 뼈에 가로막힌 나는
  당신의 사랑이 그리워 오늘도 당신의
  집 앞을 지나고 있다.
  허전한 바람과 같이 나는
  당신의 집 앞을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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