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비굴 안주

찔레언니 차명주 2010. 7. 30. 14:23

얼마전 우연히 비굴레시피라는 시를 읽었다.

비굴함 철철 넘치는 내 사랑 이야기 같아서리 가슴 저며 가며 읽었다.

그런데..사실 내 비굴은 도처에 도사린다.

예를 들어보자,,

간밤에 잠을 설쳤다.오늘 아침 조카놈이랑 빡센 베드민턴을 쳤고 헬스장도 가고 목탕에서 온 몸 히야시 시켜서 화실에 왔다.

그런데 억지로라도 잠을 자고 싶었다..

임시방편으로 생각 난 거이가..막걸리..

 

백주 대낮부터 막걸리를 사 오는데 아래층 분식집 아즘니께서 물끄러미 바라보신다..

세상에서 가장 맛 없는 분식집이다.

분식집엔 순대도 있고,오뎅도 있고,떡복기도 있다.이를테면 모든게 안주거리다.

취미반 여인들은 이것도 저것도 김밥도 모든게 맛 없다고 다른데서 사 오는데

난 그러질 못한다,까만 비닐 봉다리 들고 오는 나를 보면 뭔가 의심하지 않을까 하는 이 비굴함.

 

그런데 이를 어쩌나...막걸리 병 든 나를 분식집 아줌니께서 미소 지으며  바라 본다.

애써 고개 돌리고 현관을 향해 돌진하다,내 발이 저절로 움찔거리며 분식집으로 돌아선거다.

아주머니...떡볶이 2천원어치만...

아...........내가 미쳤지..찰나의 순간을 내 발걸음이 방해를 하다니..

난,,지금 세상에서 가장 맛 없는 떡볶이를 안주삼아 생탁을 마신다. 

 

 


                비굴 레시피 / 안현미

 



                  재료 
                  비굴 24개 / 대파 1대 / 마늘 4 알 
                  눈물 1큰술 / 미증유의 시간 24h 

                  만드는 법 


                  1. 비굴을 흐르는 물에 얼른 흔들어 씻어낸다. 
                  2. 찌그러진 냄비에 대파, 마늘, 눈물,

        미증유의 시간을 붓고 팔팔 끓인다.
        3. 비굴이 끓어서 국물에 비굴 맛이 우러나고
        비굴이 탱글탱글하게 익으면 
        먹는다.

        그러니까 오늘은
        비굴을 잔굴, 석화, 홍굴, 보살굴, 석사처럼
        영양이 듬뿍 들어 있는 굴의 한 종류로 읽고 싶다
        생각컨대 한순간도 비굴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으므로
        비굴은 나를 시 쓰게 하고
        사랑하게 하고 체하게 하고
        이별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고
        당신을 향한 뼈 없는 마음을 간직하게 하고
        그 마음이 뼈 없는 몸이 되어 비굴이 된 것이니
        그러니까 내일 당도할 오늘도
        나는 비굴하고 비굴하다
        팔팔 끓인 뼈 없는 마음과 몸인
        비굴을 당신이 맛있게 먹어준다면
     

 

 

         

              Regresso - B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