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스크랩] 차명주 소고

찔레언니 차명주 2010. 10. 9. 17:18

명주의 목소리는 여느 사람들 보다 반음이 낮다.

그리고 음색의 높낮이가 별로 없다

절에서 듣는 스님의 조용한 설법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말투다.

그러면서도 말은 조분조분 야무지게도 한다.

 

그런데 명주 같은 말투는 여러사람들의 대화속에서, 타인의 말을 낚아 채거나 가로막기가 힘이 드는 타잎이다.

그래서 명주는 모임에서는 다른 이들의 말을 주로 듣는 편일 것이다.

 

그러나 단 둘의 대화에서는 틀리다.

우리의 호프 명주는 예의 그 설법말투를 시작한다.

소맥잔이 비워지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말투는 더욱 차분해 진다.

혈중 알콜 농도가 올라가면 명주의 외로움은 서서히 정체를 드러내고, 그땐 한 번씩 허공을 바라보며 잠깐씩 상념에 잠기기도 한다.

 

그런데 명주의 말을 듣다 보면, 깊이를 모를 짙은 외로움과 이젠 그에 익숙해져 차분히 받아 들이는 그녀 자신만의 심사가 느껴진다.

그리고 명주의  말에 자주 등장하는 일본, 서울, 또 인근의 팬들.(성별 및 연령이 다양함)

연락이, 왕래가 잦은 사람들은 아닌 듯 싶지만  그 사람들의 진한, 가슴 깊은 우정을 자랑하고픈데, 온전히 이해 못하고 고개만 끄덕이는 아둔한 나 마저도 그 자체로 이해해 버리는 그런 명주다.  

 

나는 미술을 잘 모른다.

물론 그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명주의 작품을 보는 순전한 나의 느낌을 말한다면...(말도 안되는 평인 줄 나도 알지만...)

너무나도 직설적이고 강렬한, 그러면서도  심플한 구도와 선, 색상 등이 만들어 낸  그릇속에, 복잡미묘한 추상적인 느낌의 액체가 담겨 찰랑이는, 스쳐 지나가듯 보다가도 다시 되돌아서서 밤하늘의 달을 들여다 보게 만드는 그런....   

시간이 한참을 지나도 '명주의 그림!' 하면 확연히 떠오르는 작품들.

그만큼 인상적이고 강렬한 건가?...

 

여하튼 우리의 친구 명주는 범상치 않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문득 생각이 나 전화를 했더니 예의 그 말투로... 어제도, 그제도 전화를 해 왔던 사람처럼 태연히 말하는 우리 의 명주...

 

어머니가 허리 수술을 하셔서 그동안 나름 고생이 많았더라.

명주야!

힘내고 행복하게 잘 지내.

웃다가 간 그 사람이 너 말처럼 행복하게 갔으면 우리도 가는 날까지 행복하게 살자.

 

우리도 응간하믄 행복을 알아!!!!

 

 

 

출처 : 동신초등학교 29회
글쓴이 : 이규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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