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28 일요일..존버거 -사계
내 실내옷은 아직 한여름이고 잠시 비오는 밖을 나서며 후드 셔츠를 입었다.
마켓에 가는줄 알고 엄마는 고구마 한 박스 사오라고 하셨다.
호박 고구마 말고 밤고구마여야 한다고 쐐기를 박으셨다.
아..이를 어쩌나...
엄마.. 고구마는 내일 사올께요..저는 아파트 안에 막걸리 사러갑니다.
ebs에서 요새 EIDF영화제 중인데 존버거의 사계가 다섯시 10분부터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스타일로 감상하기 위해선 술이 필요한데 현관을 나서 추적거리는 비를 그어가며 급하게 막걸리를 사왔다.
어제 만든 생무우초절임은 얼마나 시원하고 상큼한가. 요며칠 자알 먹던 알래스카 연어는 마지막 한 통을 땃고,
말라 비틀어진 새우조림은 혓바닥 잇몸을 온통 찔려가며 먹었다.
존버거 이야기가 너무 좋아서 내 친구들 지금 보라고 제발 보라고..페북에 남기려다 말았다.
술을 사온 후 긴소매 셔츠를 벗고 술을 마셨는데 무우절임이 내 깊게 파인 옷 가슴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는데 술이 주는 가벼운 이 주책보다 순간, 존버거가 그린 그녀의 초상을 보고 멈칫해 버렸던거다(설국열차의 틸다 스윈튼)..
나혼자 봐야지..너무 아까워서...이 다큐는 모두의 취향이 아니란걸 잠시후 봄이 시작되는 순간 알아버렸다..
존버거,,나도 그 옆에 앉아 수다를 떨고 요리를 하고 그 할배 등에 업혀 오토바이를 타고 ..또 편하게 술마시고 긴시간 함께 침묵하고 싶었다.
다큐가 끝났고 비가 멎었다.
나는 음식쓰레기를 버리러 나가야하고 며칠간 나를 괴롭혔던 거대한 할매 옷은 동남아 비만녀를 위해 기꺼이 헌옷 수거함에 넣기로 했다.
침대 시트로 쓰기엔 그 옷에서 나던 향수냄새가 내내 거슬렸다.
아듀~다시 겪고 싶지 않은 순간들..아듀~아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