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자 도살풀이.170330
김숙자.
그녀의 춤은 속눈썹 길게 붙이고 화장 고운 달덩이같은 미인이 추는 몸짓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 결코 젊지 않았던 그녀의 춤은 뻣뻣한 광목옷 허리 질끈 묶은체 더덩실 춤추는,
거친 마디마디가 온통 녹작지근 피곤함으로 꿈틀대는..그런 노인의 춤 쯤으로 봐야한다.
허공을 휘가르는 한삼자락에는 밭일 일구던 흙손으로 아서라 하며 허공을 휘젓는듯 무심함같은 처연함이 있다.
한을 덜컥 풀었다가 다시 꽁꽁 처맸다가 한삼자락 무심히 터억 던져버리는 그녀의 표정은 슬픔이 없고 차라리 근엄하다.
몇 달전 텔레비젼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살풀이 춤을 보게 되었는데 그 몸짓을 보는 순간 내가슴이 조용히 내려 앉더라. 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도살풀이..그것도 김숙자의 몸짓 그대로가 아니던가..
30여 년전 교육방송에서 내 눈이 얼어 붙도록 충격을 줬던 흑백필름속의 김숙자 여사는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따님 이정희씨가 엄마의 도살풀이 전수자가 되어 제자를 양성한다더니 막상 그 제자의 제자가 추는 도살풀이를 보니 영락없이 김숙자의 춤사위였다.
한限이 오래되고 깊으면 자신의 슬픔도 스스로 관조할 수 있을것이다.
우리할매 웃으나 우나 매한가지 라고 ..울음이 깊게 주름잡힌 얼굴이 아무리 웃어도 울음처럼 보여질수 밖에 없었던 우리 할매들의 한이 저 도살풀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 내게 서늘한 아름다움으로 충격을 준 도살풀이,,유튜브로 싫컷 구경할 수 있지만 나는 아껴서 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qxu_IzKLv9g
김숙자 도살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