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이윤정 개인전

찔레언니 차명주 2023. 7. 23. 12:02


나보다 연배인 작가에게 '선생님'이라는 진부한 수식어는 붙이고 싶지 않다.
왜냐면 나는 그녀를 알게 되었으니까!

狂女
어느 날 인터넷에 올라온 그녀의 그림을 보는 순간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그림 속에 녹아든 광녀의 영혼과 칠흑 같은 우주의 고독을 나는 한 눈에 간파했으니까.
그녀의 광기 어린 그림은 순정스럽게 빛나는 처녀의 반지처럼, 때로는 맨발로 춤추는 찢어진 누더기 옷의 걸인처럼 원초적이었고 고독과 환희가 한데 섞여 심연으로 심연으로 빠져들어가는 황홀경 자체였다.
세상의 순수는 결코 순정만화의 천사처럼만 보이지 않는다는 걸 그녀의 그림을 보고 느꼈다.

광녀.
그렇다. 원시의 피가 흐르는 그 여자.
나는 그녀의 그림에서 뜨거운 태양을 마주하고 걸어가는 붉은 대지의 한 사람을 보았던 거다.
그런 그녀와 내가 결코 친구가 될 수는 없을 거다.
나는 그녀의 원시적 영혼에 절대 스며들지 못할테니까.
그녀 곁에 다가가면 나는 분명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테니까.

그녀와 하룻밤 짧지 않은 시간 술을 마셨는데 상대방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나의 위선적이고 조심스러운 마음이라면 그녀에게는 단지 뜨거운 불덩어리의 영혼,
혹은 까칠하면서도 오직 자신에게 충실한 모습만 있었을 뿐이다.
나를 어떻게 보아달라는 소심함 따위는 그녀에게 없었다.

혹시 여러분께서 전시중에 만난 그녀에게 온화함을 느꼈다면 그건 정말 큰 오산이다.
아마도, 단지 인간적 예의를 다했을뿐이라고 생각하는게 옳다.
내 오지랖은 처음부터 다정하게 다가가려는 일종의 위선적인 행동이 습관화 되었다면 그녀는 단지 어색함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그랬을 가능성이 더욱 크다.
그녀의 큰 눈과 미소에 속지 마시라.

나는 이번 그녀의 전시회 부제가 '광야' 라는데 동감한다.
아주 처음부터 광야를 걸어가는 광녀라고 생각했었으니까.
어쩌면 이전에 그녀에게 얘길 했던가? 라며 기억을 더듬어 보는데 그녀 그림의 주제는 바로 그녀 이야기일 테니까.

"그림 참 좋다"라는 얘기조차 욕될 것 같다.
너무 부러워서 찬사보다 욕지기가 먼저 올라온다.
아~~ ㅆ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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