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일기
지리산 일기
아침나절 장하게 비가 쏟아지더니
맑고 쾌청한 산공기와 햇빛이
마을을 어루만진다.
80호 새 캔버스를 이젤에 세워놓았으나
도무지 떠오르는 구상은 없고 하릴없이 방문만 열고 닫기만 거듭.
빨래를 해서 널고 커피를 마시다가
신혼여행 떠나는 희재 삼촌에게 잘 다녀오시라고 했다.
신부의 엄마는 안계시고 아버지는 중풍에 누워계시다던가,,
어제 신부는 혼례식이 끝나고 꽤나 눈물을 흘리던데...
훈장님 사모님은 그 모습을 보시고 아이고 불쌍해라며 혀를 연방 차고,,
잠시 들렀던 백두대간 찻집을 나오다가 우체부 김씨를 만났다
울애인 소식없냐니깐,,이제 고만 포기하란다,,,
농담을 해도 진지하게만 받아들이는 김씨.
최낭자에게서 고구마 먹으러 오란 전화가 왔고,,그이후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산속 겨울이라 다섯시가 멀었는데 해는 벌써 넘어가고
나는 빈 캔버스를 채우지 못해 괴로워하고,,
산속의 밤은 정말 길기도 하고,,
1996. 11. 8
십년전 지리산 청학동 살적 일기입니다.
오랜만에 끄집어내서 읽어보니,,그날 하루가 엊그제처럼 눈에 선하네요,,
희재 삼촌은 아들을 몇이나 두었는지,,김도령은 내생각 가끔이라도 할런지,,
최정인 낭자는 본명이 최순심이라던가,,,,,,
하여간 지난 일기는 제 지나간 삶의 흑백 활동사진 모냥으로
저를 그리움에 젖게 합니다,,
검색창에서 청학동 이미지를 찾다보니 반가운 박샌얼굴이,,
잠시 객지생활하면서 관광버스 기사를 했던 박샌,,
그곳 버스 안내양하던,,최낭자랑 연분맺어 고향으로 들어왔었는데,,
맘씨가 고운 최낭자는노상 점심먹으러 오라,,고매 먹으러오라,, 전화가 너무잦았던,,
암튼 정이 넘치는 여자였습니다..
아참 박샌 목소리가 너무커서,,자기집 안방에서 하는 비밀이야기가
50미터도 넘어 사는 찔레 집까지 들렸다는 사실,,ㅎㅎㅎ
역시 이미지 찾다가 내눈에 걸려든 ,,,그리운 내가 살던 집 앞마당,,
아랫집 노란벽이 희재네 할머님댁,,,
봄 여름 마당에 잡초가 가득해도 베어낼줄 몰랐던 생활,
무성한 잡초가 내눈에 다 이쁜 풀들인줄만 알았으니,,
희재 할아버지,,제가 이사떠나온 후에 새로 지은 집인가봅니다.
나혼자 쑥캐러 뒷산에가면,,너무 멀리가지 말라고 ..뱀조심 하라고,,
그리고,워낙 인물이 출중하셨지요,,
그 덕에 아들 김도령이야 말할것도 없는 한 인물,,,ㅎㅎ
요건 내동생 힐라리오가 찾아왔을때 찍은,, 딱 일년 머물렀던 집 사진,,
이미지찾기에서 나온,,내가 살던집 앞마당의 큰 나무,,
아직도 나무이름을 몰라요,,
어느분이 제 플래닛에 선물한 음악,,
게시물과 상관없이
아무리 들어도 지겹지가 않아서,,
작성자,찔레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