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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찔레언니 차명주 그림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개 꿈

by 찔레언니 차명주 2019. 5. 6.

 

개 꿈.

.

두 개의 생이 끝나고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다.

지나간 두 개의 넌덜머리를 뒤돌아 보지도 않았는데

저기 삼도천을 헤엄쳐 오는 한마리 짐승이

몰골이 유순하니 동탕한데다

꼬리까지도 살랑살랑 탐스러워서 온통 마음이 빼앗겨 버렸는데 찰나,

내가 다시 이승에 온거였다.

저승길 노잣돈이 적었던가 뱃사공 카론은 심술이 잔뜩 나 있었다.

.

그렇게 데려온 짐승이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날카로운 송곳니 감춘것을 내가 어찌 알았겠나.

차라리 요 앞 두 개의 생이 눈부시게 아름다웠지

이번 생은 그러니까 제대로 망한거였어.

개 꿈 같은거였지.

다음 생엔 다시는 태어나지 말자고..

내 기억은 3초를 못갈테니까 3초마다 새겨둬야해

다 부질없는 일장견몽이라고.

그리고 이제 꿈 없는 잠을 자야지.

일.장.견.몽. 째.깍.째.깍.

일.장.견.몽. 째.깍.째.깍.

일.장.견.몽. 째.깍.째.깍.

.

*

나는 석굴암 본존불을 숭배하고 11면 관음 보살도 좋아하지만 감실 안의 고개 갸웃한 보살은 정말 이뻐한다.

하지만 이틀전 미륵사지 박물관에서 만난 짓무른 얼굴의 보살은 어리석은 중생보다도 더 고해의 구렁텅이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아예 입술조차 일그러뜨린 체념이 보여서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보살이 뭐 그래 ?

그러자 보살이 내게 그런다.

누군들 아름다운 꿈을 꾸고 싶지 않겠나.

잠 없는 꿈 만으로도  달뜬 생 인데 하필이면  개 꿈 이라니.  내 생은 고통속에서 지루 할 새가 없다!고..

그러니깐 보살이 나를 읊어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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