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차례 음식 준비하는데 동생이 팔뚝을 내밀며 하는 말,,
"누나야,이 시계 생각나나?"
"어,,,아버지 시계 같은데?"
동생네 집에가면 아버지의 유품이 몇개 있다.그런데 또 아버지의 시계가 생각 났겠지.
그래서 인터넷 일제 세이코 중고방을 뒤져서 결국 찾아내었고 구입했단다.
동생집엔 아버지가 마지막까지 사용하시던 재떨이도 있다.패스포드 양주에서 나온 재떨인데 모양새가 참 좋다.
언젠가는 60년대 아버지의 라디오를 구입한다고 인터넷 중고방을 뒤지기도 했었다.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기도 하지만 유년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 이기도 하다.
우리 형제들은 집에서 다들 말이 없다.
작은 올케가 시집을 와선 명절날 형제들의 모습을 보고는 무슨 이런 이상한 가족이 있냐고 혀를 내둘렀다.
명절날 오빠는 저쪽 방에서 혼자 놀으시고,다른방에선 남동생이 들어가서 책 읽고,,나는 내 방에 들어가서 책을 읽거나 잠만 잤으니,,,암튼 우리 형제들은 이상한 형제들이다.
그렇다고 서로 냉정한 사이는 절대 아니다.마주앉아 웃음꽃 피우는게 어색할 뿐이다.
어린시절 함께 모여 그렇게 웃음꽃을 피워본 기억도 없다.
의식주는 나름대로 풍족했었고,우리가 읽을책들을 무척많이 사주셨으나 그래도 집은 항상 싫었다.아니 무서웠다
어린시절 워낙 냉정하고 차가운 엄마의 그늘에서 자라다보니 서로 대화 조차 없이 그렇게 컸고,
어른이 되서 각자 가정을 이루었다.
나 또한 세자매의 중간에 있다가 77년 고등학교 들어가던 해,나 혼자가 되었다.
세 자매가 쓰던 방 두개를 그해부터는 나혼자 썼으니 생각해 보면 참 고독했던것도 같다.
밤새 소설책 읽다가 창 밖 휘익 스치는 바람소리에 눈물 짓기도 했으니..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커피는 어지간히도 많이 마셨으나,엄마는 나무라지 않으셨다.
밤새 책을 읽으니 공부하는가보다,,그런 착각을 하셨으니..
그때부터 아버지의 담배를 한개비씩 들고와선 밤에 몰래 피우곤 했다..거참 못된 버릇을 일찌기도 배웠으니..
동생의 시계를 내 팔목에 차고는 사진을 찍었다..아버지의 체온이 느껴질리는 만무했으나..
그리고 내친김에 아버지가 사용하시던 컵도 들고와서 사진을 찍었다.
따끈한 정종을 데워 드시던 잔인데 2중 컵이라 온기가 오래오래 간다.
참 멋진 잔인데,,한개는 동생이 들고 간것 같은데 아니라고 한다...그럼 나머지 한개는 어디갔지? 찾아봐야겠다.
62년 출시된 일제 세이코 시계,,동생은 하루 두번 태엽을 감아서 쓴다고 한다.
거울에 비친 동생..그리고 아버지의 정종 잔. 40년은 족히 되지 않았을까 싶다..
동생왈, 컵의 균열이 이렇게 멋진 잔은 보기 드물단다...그런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