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날 이었다.몇년 전,내 블러그에 놀러와서 친구가 된 곽미경씨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가 새로 번역한 책인데 직접 사서 주겠다는걸 성질 급한 내가 먼저 사서는 전시회 준비 때문에 읽지도 못하고
취미반 미화씨에게 빌려주었다가 한달만에 돌아온 책이다.."아버지의 사과 편지".
첫 페이지를 읽다가,아니 첫 단락을 읽고는 곧바로 그녀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읽을수 있다니 행복했다.
어쩌면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밋밋한 추억을 그녀만의 따뜻한 시선으로 아름답게 풀어낸다.
엄격하고 이기적이었던 아버지를 추억하는 글이기도 하지만 가족들에 대한 추억이기도 하다.
그 추억속엔 소학교 시절과 여학교 시절의 진한 그리움이 마치 내 과거의 기억처럼 눈앞에 펼쳐져 단숨에 읽혀졌다.
그녀가 말한다
"작은 원망조차 그리움으로 통한다고"..
책 읽는 내내 울아부지에 대한 환영이 쉴새없이 내 곁에 서성이셨다.
나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무척 많다.또한 그리움도,, 더불어 슬픔도 많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묘지에 하관식을 할때 미친년처럼 소리치며 울부 짖었더랬다.
"아버지 잘못 했어요,용서해 주세요"
순간 미쳐버린 내가 ,땅 속 깊이 내려가는 아버지 관에 대고 크게도 소리 쳤던거다.
곁에 있던 언니가 얘가 왜이러냐면서 나를 나무랬지만
난 더 큰소리로 언니에게 화를 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순간이지만,,그래도 나는 아버지의 용서가 절실했던거다.
아버지..그리움,원망,이 모든게 버무려진 내 기억속의 아버지는 봉분을 덮은 후 삼우날,꿈에 나타나셨다.
묘지위에 흰 두루마기를 입고 정좌 하신채 삼우 지내러 오는 우리 가족들에게 환한 웃음을 보여주셨다.
그녀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젖은수건을 얼굴에 씌우는 모습에선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밖에 거실에선 엄마가 텔레비젼 보고 계시니 이를 앙다물고 숨죽여 웃었는데 눈물이 다 났다.
삶과 죽음이 머문 공간에서도 산자는 실수를 하고 죽은자는 억울해도 가만 있을뿐이다.
세상에...돌아가신 양반 얼굴에 젖은 수건을 덮다니..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미치겠다.
먼 훗날 구니코 남매가 얘기한다..만일 아빠가 살아 계셨다면 엄마에게 주먹이 날아 갔을거야,,
오직 현재의 단맛에 충실했던 구니코의 할머니.,,씨앗 다른 아들 둘을 낳은 할머니 이야기로 옮아간다.
"내일도 벚꽃이 핀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오늘밤 폭풍우에 지고 말지도"
이 구절을 읽다가 슬퍼졌다.그녀의 어린시절, 할머니가 불러준 노래다.
어쩌면 내 사랑은 이미 끝이 났는데도 나혼자 캔버스를 핑크로 물들이고 있는지도 몰라..
그리고는 괴로워져서 책을 덮고는 어제 걸었던 천변을 두시간 걸었던거다.
무코다 쿠니코,,그녀는 마치 내가 곁에서 함께 살아 본 듯 그녀를 알수 있을것 같다.
쾌활하고 통 큰 여자처럼 비치지만 무척이나 섬세하고 따뜻한 여자일것이다.
너무나 섬세해서 상대방의 아픔을 미리 눈치채고 모른척 해 줄수 있는 깊은 마음을 지녔을것임에 분명하다.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50세가 지나고 비행기 사고로 죽는다.'
사진을 보니 정말 매력이 철철 넘친다.아까운 여자다.
곽미경씨를 만나면 좋은 책을 번역해 주어서 고맙다고 해야겠다.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시회 준비 끝~~ (0) | 2010.01.07 |
---|---|
후배와 함께~ (0) | 2010.01.04 |
경인년 첫날,,그리고~ (0) | 2010.01.04 |
메리 크리스마스~~ (0) | 2009.12.24 |
혹독한 창작.. (0) | 2009.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