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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찔레언니 차명주 그림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삼포 가는 길..다시 눈을 기다리며..

by 찔레언니 차명주 2017. 11. 28.



일하던 국밥집에서 빨간 옷보따리 하나 들고 도망치다 흰 눈밭에서 오줌을 누던 백화.
나, 인천노랑집 대구자갈마당 진해 칠구를 모두 겪은 여자라고, 자조 섞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던 여자.
제 몸 위로 수컷 일개 사단이 지나갔을 백화는 하얀 눈같다.
너무 투명하고 맑아서 세상천지 온통 하얀 눈같은 그런 여자.
작부노릇 하면서 여덟번의 순정을 바쳤지만 매번의 사랑을 하나처럼 똑같이 사랑했었다고 말하는 백화가 내눈엔 안톤체홉의 귀여운 여인보다 고급지다....
.

해마다 눈 내리는 겨울이면 오래전 tv문학관 삼포가는길이 생각난다.
술집작부 백화와 영달,그리고 정씨가 걷던 눈 길.
제각기 간직한 저마다의 아픈 과거들을 다 덮어 주는양 그 춥던 눈길이 내눈엔 오히려 따뜻했다.
상남자 정씨로 분한 문오장을 내가 참 좋아했던 때문이기도 했지만,
눈 덮힌 길 영상이 너무 아름다와서 항상 겨울이면 삼포가는길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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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낸 전기세 지로 용지 내역에 tv시청료가 있더라,.kbs에 전화를 걸어 다음달부터 시청료 징수를 정지시키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튜브로 검색하니 삼포가는길이 있다..낡은 영상이지만 또 봐도 좋다.
엊그제 내린 눈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나는 다시 내릴 눈을 기다리며 오늘 저녁엔 祈雪祭 지낼 막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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