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12월6일 수요일
그리운 강화도를 다녀오다.
강화도를 떠나온지 17년만에 인천에 계시는 호당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나를 강화도에 데려가 줄 수 있냐고 부탁했고 기꺼이 시간을 내겠다며 파주까지 한걸음에 달려와주셨다.
가게 약방 문을 닫고 나를 위해 하루를 온전히 내어준 호당선생님은 교동에서 한 시절 지낸 세월이 있어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고 대룡리로 차를 몰았다.
그의 선생이 글을 쓰고 호당 자신이 새기고 깎아낸 현판이 아직 있는지 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나라 아름다운 교회 열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교동 중앙교회.........
현판은 35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80년대초 한적한 깡촌 대룡리의 선량한 청춘들이 내 눈에 환하게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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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키 작은 남자의 글은 반듯하고 주인을 닮은양 똘망똘망했다.
호당은 선생의 글을 받아 나무에 옮겨 새길 때의 힘겨움을 내게 얘기 해주었는데 호당의 성격답게 깔끔하게 잘 마무리 되어 수백년 동안이라도 그 자리를 지켜줄 것만 같았다.
호당과 그의 스승,,마치 이상과 구본웅처럼, 한 시절 대룡리를 풍미했을법한 낭만스러움이 그려져 나는 보지 않고서도 긴 시간 함께했던 그들의 몸짓과 대룡리의 풍경이 그려지더라.
곱사등이었지만 항상 쾌활하고 천진난만했던 키작은 남자, 그 옆에 등대처럼 서있던 호당선생은 키가 크고 미모가 수려한데다가 아랍 왕자풍의 귀티가 흘러서 왠지 시골에 안 어울릴것도 같았는데 참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했다.
대룡리 시장은 내가 사랑하는 미홍씨 아버지의 철물점도 있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모두들 떠나고 세대가 바뀌었지만 나는 그 시장 골목을 걸으면서 이쁘고 착한 미홍씨가 아버지 심부름 다니는 모습을 그려보면서 괜히 내 고향같은 포근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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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과 늦은 점심 식사를 하고 강화도의 막다른 골목까지 누빌 때 눈발은 어찌나 세차고 힘차게 부딪히던지 차창 와이퍼조차 힘들어 보이더라.
화개사에서 바라본 꿈같은 풍경의 바다,
자칫했으면 언덕 작은집에서 살 뻔 했던 갯뻘 드넓은 동막 바다,
초지진을 지나오면서 바라본 석양의 바다..
강화도는 온통 바다의 노래만 들려주었다,
추억은 아름답고도 슬프다. 서른 청춘들의 왁자한 술노래와 사랑노래는 이제 어디에도 없고 흰 서리 내린 머리카락 이야기며 노쇠해가는 육신을 한탄하는 시간이 되어 그 아름다웠던 시절을 담담히 이야기 하다가 헤어졌는데 내겐 참 고마운 하루였다.
호당 선생은 교동 친구에게 받은 김장과 쌀, 순무김치를 한통 가득 내 화실에 내려놓았고, 그날 밤 나는 서울 사는 미홍씨와 참으로 오랜만에 긴 통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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