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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찔레언니 차명주 그림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여행중에 만난 남자 사람들 ㅡ7.21

by 찔레언니 차명주 2019. 7. 30.

여행중에 만난 남자 사람들 (1부)

1.하싼.

사하라의 새벽 풍경을 보여준 알라신의 심부름꾼. 네가 "깁미 5유로"만 안 외쳤어도 너는 영원히 알라신의 다른 모습으로 기억 되었을거야.

하지만 너는 내게 사하라의 천사였음이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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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페스에서 만난 이태리 청년.

3층 베란다를 가진 숙소에서 나의 룸메가 소리를 지른다. 아욱~아욱~

밖에 남자가 웃통 벗고 있단다.아욱~아욱~.

옥상에 선탠하러 나온 청년인데 4일째 머물고 있다네.

서울에도 다녀갔다고 한다.

양쪽 찌찌 아래에는 두명의 천사가.

그리고 배꼽 위의 나비.

모두 정교한 솜씨의 타투였다.

당신의 타투가 아름답다고 했더니 일어서서 오른팔을 들어보이는데 숨어있던 해골의 성모님도 보인다.

아마도 녀석의 겨털냄새에 저렇게 되셨지 싶으다.

아무튼 세상을 떠돌며 세계 모든 여성을 섭렵 할 것 같은 멋진 몸매와 핸섬한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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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알함브라의 미소년.

스페인에서의 첫날을 보내고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갔다가 만난 소년.

식당 입구에 홀로 앉아 식사를 하는데 나와 내 룸메의 눈에 동시에 들어온 소년이다.

너무 맑고 섬세해서 눈을 떼고 싶지 않았는데 다행히도 소년은 우리 할매 둘을 전혀 의식하지 않아 그를 싫컷 바라 볼 수 있었다.

뭔가 잔뜩 호기심을 품은 듯 조금은 불안한 눈빛의 소년은 식사하는 모습도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

소년을 바라보며 떠 오른 토마스 만의 소설 베니스의 죽음.

피서지에서 만난 미소년을 사랑한 작가는 마지막에 심장 마비로 죽을때도 멀리있는 소년과 함께 한다.

소년이 태양 아래 얕은 바다에서 두 팔을 벌려 신화적인 포즈를 취할 때 순간 태양이 작열하다가 아지랭이처럼 이지러지고 작가는 심장이 멎는다.

그 죽음이 다행히도 기쁜걸까 아니면 슬프고 안타까운걸까.

이 소설은 영화로도 나와 있는데 천상의 존재 같았던 미소년의 중년 모습을 나중에 알게 되어서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수많은 남성을 섭렵한 후 (믿거나 말거나~) 이제 생각해보니 결코 흔하지 않은 맑은 모습의 중년이란걸 알게 되었다.

오늘 아침 식사중에 레스토랑을 아무리 휘휘 둘러 보아도 어제의 그 아름다운 소년은 보이지 않았다.

데미안의 싱클레어라 생각하고 싶은 소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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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스페인의 운전기사 블루셔츠.

알함브라를 둘러보고 온 다음날 아침. 그러니까 오늘 이야기다.

푸른 셔츠의 잘생긴 운전기사가 우리 일행들의 가방을 버스 짐칸에 넣었다.

나도 일행 여성들 모두도 그 운전사 얼굴만 바라보느라 정작 기억 해야 할 버스 형태나 색깔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첫 휴게소에 들러 쉬었다가 버스를 타려고 했을때 검고 둔탁하니 생경스런 버스가 하나만 있었기에 망정이지 버스가 두 대만 있었어도 여성들은 아무도 제 버스를 찾지 못했으리라.

잘생긴 버스기사의 웃음을 먼저 보고 버스에 앉아 있으니 하나 둘 버스에 올라오는 남성 일행들은 모두들 어데 함진아비로 가시는지 납작 오징어 하나씩 얼골에 붙이고 나타나신 듯......

블루셔츠는 내일도 우리 일행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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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에멀락.

모로코 일정 전부를 함께한 가이드 에멀락.

우리가 문재인을 보유한 국가라면

모로코는 에멀락을 보유한 국가라고 하고싶다.

6개 국어를 하는 에멀락은 칠십대의 아름다운 노인이지만 그를 통해 모로코가 얼마나 우아한 나라인지 알게 되었다.

공부를 많이 한 에멀락은 어쩌면 그의 의지대로 노후를 보내는것 인지도 모른다.

그의 모로코에 대한 자긍심은 대단해서 그의 나라가 얼마나 풍요롭고 아름다우며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가를 얘기해주는데 중동의 싸움꾼 이란과 이웃한 이라크와는 달리 사하라를 함께 소유한 모로코와 알제리와는 형제의 나라라고 말했다.

걸어가는 에멀락의 신중한 뒷 모습조차 아름다웠고 목소리도 부드럽고 우아했다.

스페인으로 떠나는 탕헤르 항구에서 우리 일행들의 여권과 배표를 가지고 뛰어온 상기된 모습의 에멀락을 마지막으로 얼핏 보았을뿐 그와 찍은 사진 한장 없음을 안타까워 했더니 여행사 손 팀장님이 에멀락의 젊은날 사진을 보여준다.

드디어 내 이상형을 만났으나 그대는 지구 반대편에 사는군화...하지만 이슬람 교도인 그에겐 이미 여섯명의 아내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디오스 에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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