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흐라세즈.
파리에서 가장 큰 묘지다.
파리를 걸어 다니다 보면 동네마다 작은 묘지가 있다.
공원처럼 아주 이쁘다..
들어가서 보면 마음이 편하고 죽음의 미학마저 느껴진다.
아니,,죽음이 주는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죽으면 이렇게 조용하고 평화로울까....
페흐라세즈엔 모딜리아니가 있다.
그리고 쇼팽도 있고,오스카와일드도 있고 몰리에르도 있고 에디뜨 삐아프도 있다.
새까만 대리석의 드라클로와도 만났다.
아는 이름을 발견하는 기쁨도 컸다.
그리고 이브몽땅과 그의 옛 연인..시몬느 시뇨레..
그들의 묘지를 모두 찾았고 경배 했지만, 난 오직 모딜리아니를 만나기 위해 갔다.
바람이 불고 추웠다.
그리고 한참 후 억수같은 비가 장하게도 쏟아졌고 오래된 가족묘지에 문을 열고 들어가 한참동안 비를 그었다.
많은 예술가들의 묘지를 만나고 돌아 나오는길.마지막으로 짐모리슨 묘지를 찾고 싶어 한참을 돌아다녔으나 찾지 못했다.
여긴 너무 넓고 길이 어지럽다.
돌아 나오는 길을 못 찾아 한참을 헤매다보니 좀 전에 보였던 묘지가 보이고...
또 맴돌다 묘지 한 가운데로 들어가고,,
유명 예술가의 묘지를 발견하는 기쁨도 컸고,그의 주검이 누워있는 곳에서 함께 한다는 내 현실이 너무 좋았다.
겨우 출구를 찾아 나오는데 한 남자가 짐 모리슨 묘지가 어디 있냐고 묻는다.
나도 찾다고 포기하고 나오는 참이었는데,,
아마 그도 짐 모리슨 숭배자인가보다.발걸음이 무척 바쁘더라.
누구의 묘지일까..조각상의 온몸을 두른 이끼 낀 세월이 아름답다고 해야하나 처연하다고 해야하나..
모딜리아니.
묘지 여기저기를 다니다가 드디어 모딜리아니를 만나다.
너무나 조촐했던 묘지 하나,,모딜리아니다운 묘지다.
묘지 조차도 천상 그의 그림을 닮았더라.
내 어린시절 그림에 소질도 있었고 화가가 꿈이긴 했지만 느긋한 게으름같은 막연한 꿈일 뿐 이었다.
그러다가 모딜리아니 화집을 보면서 나는 진짜 화가를 꿈꿨다.
이번 파리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때 내 가방에 든 나를 위한 선물은..모딜리아니 관련 책들 네권이 전부..
열여덟에 그를 만났고.쉰 하나에 다시 만난 모딜리아니..
메모를써서 돌을놓아 올리고 내가 가져간 냉커피를 올렸다.
조촐한 장미 한송이를 놓고 간 사람..
담배를 놓고 간 사람.
석관 덮개의 많은 메모지들이 바람에 날릴까봐 돌을 올려놓고 간 사람들.
그들도 내 맘 처럼 그저 조용한,,그러나 벅찬 감회를 느꼈으리..
어떤이는 메트로 티켓을 올려놓았더라.
나도 담배를 한개피 올렸다.그러나 얼마후 바람에 날라갔다.
그저,,
마냥 남아서 시묘살이를 하고 싶었다..
원두 내린 냉커피..
매일 아침 외출 하면서 싸들고 다녔던 냉커피다.
당신 때문에 화가를 꿈꿨던 내가
드디어 당신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인기 좋은 오스카와일드의 묘지.
프랑스 영화 사랑해 파리를 보면 여기가 배경이던데 이런 아크릴 투명 가리개가 없다.
너무 많은이들이 다녀가면서 훼손 될까봐 그런걸까.
수많은 여성들의 립스틱 자욱을 보니 동성애자였던 그가 죽어서나마 행복을 느낄까...싶은.
그리고 아래 이 남자
빅토르 누와르.
결투 후 죽은 모습의 실물 크기인데,
이 남자의 페니스를 만지면 득남한다는 전설이..
그래서 그 부분만 닳았다.
그래서 나도....
내 캔버스 하나 명작으로 채워 달라고 소원했다..
그리고
쇼팽을 만나다..
갑자기 비가 엄청 쏟아졌다.
아니 왠 천둥이 치고 그러더라,내가 든 우산으론 비를 못 가릴 형편,
아예 묘지로 들어가서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내가 비를 그었던 이 곳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가족 묘지 같기도 하고,,암튼 사람 두어명 들어서면 꽉 차는 공간.
여기서 바라보는 세차게 내리던 장한 비...그것도 아주 좋았다.
빗물이 얕은 강물처럼 흘렀는데 사진엔 제대로 안 나왔다.
페흐라세즈,,,불어발음의 "r"은 "ㄹ"이 아니라 "ㅎ"으로 발음된다.
그래서 영어권에선 페르라세즈 라고 하지만 본래 프랑스 음성으론 페흐 라세즈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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