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어딘가 소읍에서 한참 벗어난 판서리,
그 곳에선 매일 밤이면 섯다 판이 벌어지는기라.
어슬어슬 해 질 무렵이면 하릴없는 백수건달 몇이 약속 없이도 허름한 슬라브 지붕아래 작은 골방으로 슬그머니 기어드는데, 그저 눈빛만으로도 대화가 가능한 모리배들이라 왔어? 라는 한마디 없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오는 데로 아랫목 먼저 차지해도 되는 그런 사이들이다.
네 남자가 노상 밤마다 판을 벌리는데 기중 반듯한 모양새의 조신호는 섯다 판에서 제대로 함 세워 보는 게 소원인데도 노상 헛발 짚는지라 호주머니 탈탈 털리고 가면서도 내일을 기약하는 야무진 꿈의 희망찬 사내다.
집에는 제법 반듯한 반찬을 해 내는 꽃뱀이 들어와 동거중이어선가 입성이 깔끔하다.(*1)
산골짝 비탈아래 감자밭 일구랴 멧돼지 소탕하랴 밤낮없이 바쁜 주송렬은 나이 한참 늦도록 머리 안 올린 총각인데 화투패를 들고도 밭고랑 파헤칠 멧돼지 걱정에 화투판은 별로 재미없다.
그래도 안 모이면 왠지 허전도 하거니와 매일 들러 푸성귀 제대로 일구는 방법이나마 배우는게 나름 알뜰한 농사꾼의 숙제로 알고 부지런히 출근도장을 찍는데,
화투판이 끝나고 집에 갈 시간이면 집에 혼자 있을 쑥이년 생각에 발걸음도 날 듯이 가벼워 사진조차 잘 안찍힌다.(*2) 한번 보시라, 샤샤샥~ 잽싼 발걸음에 사진도 피해가는 발걸음을~
한 때 건달 세계에서 주먹깨나 썼다는 백승원은 맨손으로 소 한 마리 잡아서 왕년의 칼잡이 답게 갈비짝 제대로 들어내서 해부하던 솜씨가 그만이었는데(*3) 어쩌다가 화투판에만 오면 매번 돈 잃고 쓴 담배나 빨아대는데 그런 귀가길엔 안그래도 육중한 몸이 더욱 무거울게다.
허리까지 늘어지는 긴 머리카락을 소중히 여기는 송승호는 아까 방석에서 빼 낸 사꾸라 한짝을 똥꼬에 슬그머니 꽂아 두었더랬는데 아뿔싸~ 옆에서 훔쳐보던 얄궂은 차마담이 사꾸라 피는 봄이 와야 하는데 왠 봄이 더디 오느냐고 설레발을 치는 바람에 모두들 패 하나가 없어진걸 알았고 결국 파토패를 냈다. 그 바람에 삼광에 고도리를 놓쳐버렸으니 저 아짐이 얼마나 얄미울 것인가.
사내들 모이는 섯다판이면 한번도 빠지지 않고 와서리 개평 뜯어 술추렴하고 안주거리 찢어서 잘도 먹어대는 헤이리 차마담은 오늘도 가방 한 가득 먹거리 챙겨서 얼마나 신이 나는가. 집에 가면 백수건달 똥 돼지 서방 챙겨줄 오징어에 땅콩에 먹다 남은 닭다리까지 싸그리 주워 담았으니 그녀 발걸음도 가비얍기 그지없다.
.
*1-무더위에 문을 열고 잔 조신호 작가 침대에서 꽃뱀이 발견되었단다.
*2-주송렬작가 집에는 암컷 진돗개 쑥이가 있다.
*3-백승원 작가 작년 전시회에 갈비짝 그림이 있었는데 샤임수틴이 울고 갈 정도로 좋았다.
.
내가 미쳤지. 만다꼬 세탁기에 빨래를 넣어가지고 이런 후회를 하는지 모르겠다.
날씨도 궂은데 조만간 빨래는 쉰 내를 풍길테고 후회해 가면서 세탁기 돌아가는 시간 심심삼아 이 글을 쓴다.
나는 남자들에게 "특히" 친절하다.
다음생에 빛 볼 날이 있을까 싶어서다.
오늘도 외로븐 독거할매가 초대받았다.행복하여따.!!!
.